2025 사이

<사이>는 내가 어린 시절 체험한 버스 정류장에서의 일상과 감정을 바탕으로 ‘기다림’과 ‘이별’, ‘정적’과 ‘빛’이 교차하는 찰나의 풍경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설치작업이다. 노을빛을 닮은 색채가 정류장 안팎으로 스며들며, 관객 각자의 기억 속 ‘사이’를 환기한다. 이 작업은 ‘너와 나’, ‘빛과 그림자’, ‘도착과 출발’ 사이에서 출발한다.

나는 영귀미면 속초1리에서 자랐지만, 버스는 나에게 익숙한 존재가 아니었다. 초등학교도, 중학교도 집에서 가까워 걸어서 다녔고, 대부분의 이동은 부모님의 차를 이용했다. 그래서 버스 정류장은 나에게 어떤 낯설고, 동시에 특별한 장소였다.

2006년, 중학생이 되어 친구가 생기고, 그 친구가 우리 집에 오고, 버스 시간이 다가오면 함께 정류장으로 걸어 나가던 시간이 있었다. 우리집 거실에서 함께 샌드위치를 먹던 오후, 노을빛이 창문을 통해 우리를 붉게 물들였던 시간, 그 노을 속에서 말없이 앉아 있던 침묵, 그 순간들 모두 ‘사이’의 시간이자 풍경이었다. 버스가 오기 전과 후. 그 사이에, 우리는 무언가를 나눴고, 무언가를 남겼다.

이번 작업에서는 버스 정류장 창문 하단에 짙은 주황색 투명 시트를 부착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아침에는 외부로, 오후에는 내부 벤치 쪽으로 주황빛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짧지만 선명한 석양의 시간,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배웅하던 그 ‘사이’를 시각적으로 구현하고자 했다. 노을이 머무는 그 순간, 관객들도 각자의 ‘사이’를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란다.



In Between is an installation work based on my childhood memories at a small village bus stop. It captures moments where “waiting” and “farewell,” “stillness” and “light” meet. Colored like the sunset, a warm orange hue fills the space, gently evoking each viewer’s own “in-between” memories. This work begins with the space between “you and me,” “light and shadow,” “arrival and departure.”

I grew up in Sokcho 1-ri, Yeonggwimi-myeon, but buses were not a part of my daily life. My schools were nearby, and I usually went places by car with my parents. So, the bus stop felt unfamiliar—but also special.

In 2006, I became a middle school student and made a friend who came to my house often. Before his bus arrived, we walked together to the stop. I remember the afternoons we spent eating sandwiches in the living room, bathed in sunset light coming through the window. There was laughter, silence, and the sense of time gently passing. These moments—between leaving and staying—are the heart of this work.

For the installation, a deep orange transparent film is placed on the lower part of the west-facing window of the bus stop. In the morning, the orange light falls outside; in the afternoon, it fills the inside floor near the bench like a setting sun. This glowing moment recalls times of waiting, of saying goodbye. I hope viewers are reminded of their own in-between moments when they see the light.